나는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설득되지 않아 .
“움직이는 진리는 멈추지 않는다” — 제논의 역설, 그 아이러니함에 대하여
제논의 역설을 처음 들었을 때, 그냥 재밌는 말장난이려니
그게 철학씩이나 된다고 생각하지 않았는데,
어떤 책을 접하고 좀 깊이 생각해 볼 만한 이야기라는 영감을 받았다.
아킬레우스가 거북이를 따라잡지 못한다니!
그런 현실과 어긋난 논리를 스승을 옹호하기 위해 설파했고
수학은 그걸 ‘무한급수의 수렴’으로 명쾌하게 해결했다고 책은 말한다.
그러나 의심은 해소되지 않았다. 정말로 수학은 그 질문을 ‘해결’한 걸까?
아니면, 그냥 ‘논리적으로 회피’한 것일 뿐은 아닐까?
“수학 역시 논리의 학문이다. 그런데 논리가 운동을 설명할 수 있을까?”
제논이 진짜 하고 싶었던 말은
**“아킬레우스는 거북이를 못 따라잡는다”**는 주장 자체가 아니었을 것이다.
오히려 그는, "운동이라는 실재를 논리로 해석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던 게 아닐까?
수학은 시간과 공간을 수식으로 쪼개고, ‘무한히 나눈 합이 유한할 수 있다’는 것으로 답을 내놓는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운동의 본질 — 흐름, 떨림, 순간, 변화 — 은 지워진다.
운동은 ‘경험되는 것’이지, '설명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운동을 정말 그렇게 조각조각 나눈다고?”
“그 잘게 나눈 논리의 세계에서, 진짜 현실의 흐름은 어디에 남아 있는가?”
나는 제논의 역설이 수학이라는 또 다른 '논리'로 해결되었다고 믿지 않는다
수학이 '정확한 도구'일 수는 있어도, '충분한 설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저 "해명"정도?
그 이상은 아니야.
그것은 마치 별을 정육면체로 그리는 것.
틀린 건 아니지만, 본질을 놓치고 있다
그래서 나는 이렇게 결론지었다
제논은 궤변가가 아니었다.
그는 오히려, 논리와 감각 사이에 놓인 깊은 간극을 조용히 응시한 철학자였다.
그리고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인다.
왜냐하면 나 역시,
운동을 설명할 수 없는 그 순간의 어색함 속에서,
무언가 더 본질적인 진실을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논리가 모든 걸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시대가 있었다.
파르메니데스형, 왜 이리 순박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