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내 생각

연옥보고서

by 다리디리다라두 2023. 2. 28.

2016년 어느날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나부터도 인생살이가 너무 피곤하다.

전쟁도 겪고 베트남도 갔다 오고, 중동에서 외화벌이도 해오신 우리네 아버지들은 타고난 강골이라 그런건가?

워낙에 터프한 당신들은 단련이 잘되어, 그 고생스러운 젊은 시절을 보내고도

요즈음엔, 2만원 일당 받고 손주만한 놈들 인생을 담보잡는 일에도 기꺼이 열을 올리신다.

당신들 여생이 탐욕스럽다기보다는 힘겹도록 유지하시는게 안스럽다

그러다가 불끈 그 억척스러움이 얄미워 보이는 나의 시선의 배은망덕함이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그런건가?

나는 요즘 삶이 고되다. 새벽밥도 못먹고 트럭 운전대잡고 서울 바닥 누비며 처자식 먹여살리는걸 몸이 못 견뎌라 한다.

하루 하루 시간 보내는게 고되기는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 젊은 시절에 비하면 못견딜 정도는 아니라 생각되는데

왜 이리 몸이 약해빠졌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코피를 쏟고, 자다가 근육이 경직되기 일쑤다.

 

세상이 개벽하여 모든 것이 반전되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뭔가 변해야 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냉정하다 불리우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능력 위주의 세상이라기에는

위로 올라갈수록 꼰대들이고, 주먹구구식이며, 사기꾼에 가깝다는 걸 다 알 법한데, 

의아한 것은, 왜 이런 세상이 지속되는지 그게 미스테리다.

 

사실,

부자라고 욕먹을 만큼 사악하고,

가난하다고 딱히 착할 것도 없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안다. 오히려 부자들의 여유로운 양심이 존경스러운 경우가 더 많다.

가난한 시절을 겪으면서 자괴감과 열등감에 욱하는 성깔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그들이라고 딱히 착해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이게 다 자본주의의 딜레마다.

노동력의 댓가로 주어지는 임금으로서 소비되기 마련인 자본

즉, 자본증식의 논리로 축적되기 일쑤인 자본과 똑같은 개념, 즉 돈으로 취급받는 것이 어디 타당한가?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 노동력의 댓가로 주어지는 돈은 본질적으로 "괴로움에 대한 보상"이다.

더 자고 싶어도 힘든 몸을 이끌고 해야하는 출근의 괴로움,

하기 싫은 경우에도 해야하는 업무의 괴로움,

이러한 것들의 댓가란 말이다.

 

소위 자본이라 할 수 있는 투자와 증식의 수단인

그 돈이 "괴로움에 대한 댓가"인가?

"리스크에 대한 댓가"일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리스크조차도 자신이 가진 자본으로 최소화시키는 것이 현대의 자본주의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돈과 자본은 엄연히 다르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고대의 왕권과 중세의 앙시앙레짐처럼

배타주의와 이기주의라는 나쁜 피를 물려받고 어수룩한 가면을 쓴

영악한 괴물이다.

 

이러한 자본주의가 인류최고의 개념인 양,

떠들어 대고 있는 기득권이 무사한 이상,

굳이 편을 드는 하층민들의 우둔함이 지속되는 이상,

이러한 현실상태는 슬프게도 그 미래가 공고하다.

 

'내 생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뇌라는 것이 있는가?  (0) 2023.03.01
인생?  (0) 2023.02.28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0) 2023.02.27
전환 (미완성)  (0) 2023.02.27
멸망의 기술  (0) 2023.02.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