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어느날
사람들은 많이 힘들어 하고 있다.
나부터도 인생살이가 너무 피곤하다.
전쟁도 겪고 베트남도 갔다 오고, 중동에서 외화벌이도 해오신 우리네 아버지들은 타고난 강골이라 그런건가?
워낙에 터프한 당신들은 단련이 잘되어, 그 고생스러운 젊은 시절을 보내고도
요즈음엔, 2만원 일당 받고 손주만한 놈들 인생을 담보잡는 일에도 기꺼이 열을 올리신다.
당신들 여생이 탐욕스럽다기보다는 힘겹도록 유지하시는게 안스럽다
그러다가 불끈 그 억척스러움이 얄미워 보이는 나의 시선의 배은망덕함이란...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서 그런건가?
나는 요즘 삶이 고되다. 새벽밥도 못먹고 트럭 운전대잡고 서울 바닥 누비며 처자식 먹여살리는걸 몸이 못 견뎌라 한다.
하루 하루 시간 보내는게 고되기는 하지만 우리 아버지들 젊은 시절에 비하면 못견딜 정도는 아니라 생각되는데
왜 이리 몸이 약해빠졌는지 하루가 멀다하고 코피를 쏟고, 자다가 근육이 경직되기 일쑤다.
세상이 개벽하여 모든 것이 반전되는 걸 바라지는 않지만,
뭔가 변해야 할 필요는 있지 않을까? 희망이라도 있어야 하지 않을까?
냉정하다 불리우는 이 사회를 조금이라도 경험했다면, 능력 위주의 세상이라기에는
위로 올라갈수록 꼰대들이고, 주먹구구식이며, 사기꾼에 가깝다는 걸 다 알 법한데,
의아한 것은, 왜 이런 세상이 지속되는지 그게 미스테리다.
사실,
부자라고 욕먹을 만큼 사악하고,
가난하다고 딱히 착할 것도 없다.
조금만 들여다 보면 안다. 오히려 부자들의 여유로운 양심이 존경스러운 경우가 더 많다.
가난한 시절을 겪으면서 자괴감과 열등감에 욱하는 성깔을 느껴 본 사람이라면 알것이다,
그들이라고 딱히 착해보이지도 않는다.
사실 이게 다 자본주의의 딜레마다.
노동력의 댓가로 주어지는 임금으로서 소비되기 마련인 자본
즉, 자본증식의 논리로 축적되기 일쑤인 자본과 똑같은 개념, 즉 돈으로 취급받는 것이 어디 타당한가?
물론, 예외는 있겠지만,
대부분 노동력의 댓가로 주어지는 돈은 본질적으로 "괴로움에 대한 보상"이다.
더 자고 싶어도 힘든 몸을 이끌고 해야하는 출근의 괴로움,
하기 싫은 경우에도 해야하는 업무의 괴로움,
이러한 것들의 댓가란 말이다.
소위 자본이라 할 수 있는 투자와 증식의 수단인
그 돈이 "괴로움에 대한 댓가"인가?
"리스크에 대한 댓가"일 수는 있겠지.
하지만 그 리스크조차도 자신이 가진 자본으로 최소화시키는 것이 현대의 자본주의다.
우리는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돈과 자본은 엄연히 다르다.
현대의 자본주의는
고대의 왕권과 중세의 앙시앙레짐처럼
배타주의와 이기주의라는 나쁜 피를 물려받고 어수룩한 가면을 쓴
영악한 괴물이다.
이러한 자본주의가 인류최고의 개념인 양,
떠들어 대고 있는 기득권이 무사한 이상,
굳이 편을 드는 하층민들의 우둔함이 지속되는 이상,
이러한 현실상태는 슬프게도 그 미래가 공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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