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삐리 시절 공부를 게을리하던
한 학생의 귀에조차 들어온 얘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교육부 권장 도서 <고등학교사회>라는 책에 따르자면
한민족이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더군요.
그때는 좀 웃기다 하고 넘겨버렸는데.
곱씹어볼수록. 그 말은
우리를 디스한 것이었습니다.
뒤통수가 아련해집니다.
설치류가 세상을 호령하며
삥 뜯기고, 구라에 속고,
조류가 세상을 압도하며
또 삥 뜯기고, 찍소리도 못하고 기어다녔으면
지렁이라도 꿈틀할 지경인데
이놈의 민족은 잘도 참아 냅니다.
은근히...
끈기있게....
너무나 잘 참아서
우리 아이들이 저 추운 바다에서 죽어갔어도
우리가 누굽니까.
은근과 끈기의 민족.
대단한 인내심입니다.
자부심인지 뭔지, 정체 모르는 그 인내심에 그만
소름이 돋았드랬습니다.
아메리카땅의 늙은이 촘선생의 말이 생각이 납니다.
"결론적으로 말해서 대중이 혁명세력으로 발전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중이 현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닙니다.값비싼 대가를 치뤄야 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당신이 앞장서서 기존질서를 뒤바꾸려한다면 그 대가를 호되게 치뤄야 할 것입니다. 당신의 동료들은 그 혜택을 누릴 수 있겠지만 당신은 절대 그 열매를 즐길 수 없습니다. 오히려 당신은 끊임없이 회유와 협박에 시달려야 할 것입니다. 어쩌면 그 이상일지도 모릅니다."
애써 어렵게 써놨지만, 결론은 겁이 많다는 것이죠.
은근과 끈기의 정체는 바로 겁대가리가 많다는 것입니다. 새가슴이라는 거죠.
"행동하기 위해서는 그 대가를 기꺼이 치르겠다는 각오가 있어야 합니다. 이런 상황을 이겨낼 수 없다면 택할 길은 하나 뿐입니다. 반체제운동을 포기하는 길입니다. 신경이 예민한 사람이라면 반신불수가 될 수도 있습니다. 행동하고 싶다면 주변의 소리에 귀를 막아야 합니다. 주변의 소리를 무시할 수 있어야 합니다."
결국은 이 말도 우리를 비웃는 말이겠지만,
우리가 누굽니까?
2014년 5월
2023년 2월은 또 어떤가
은근과 끈기...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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