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
다음 이야기에는 몇가지 근거가 있다. 이 근거는 한번만 얘기하고 더이상 거론하지 않으려 한다. 주요한 정보는 경찰 조서에서 나온 것이며, 정보제공자는 변호사인 후베르트 블로르나, 그리고 그의 고교동창인 페터하흐 검사이다. 하흐 검사는 심문조서나 수사진행상황들이 아직 언론에 발표되기 전에 알려주기도 했다. 물론 비공식적으로, 반드시 사적으로만 허용된 것이며 공적으로 사용할 수 없다고 전제된 것이다. 그나마 허용해준 이유는 친구 블로르나의 눈물겨운 노력이 그의 측은지심을 자극한 탓일 것이다. 블로르나는 이 사건을 관조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잘 생각해보면 카타리나 블룸 사건이 피고인의 태도나 변호인 블로르나의 입장에서 설명하지 못할 정도로 복잡한 사건이 아니고, 따라서 논리적으로 나열할 수 있는 것이라고 보고 있었다.
10
여기에서 지나치게 근거를 따져서 이야기하면 작위적으로 느껴질 수도 있지만, 애석하게도 어쩔 수 없다. '근거'니 '추론'이니 하면서 증거라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기때문에 그렇다. '수렴된다'라는 말이 적당할 것이다 물론 하수관이나 배수관을 설치하여 의도한 방향으로 물을 흐르게 하는 것과, 법칙이라는 자연 섭리에 의해 물을 빼는 것은 명백히 다르다. 따라서 수면의 높낮이가 달라 생기는 자연스러운 흐름에 대해 거부감을 가질 필요는 없다.
11
반드시 알아야할 몇가지 사건들이 있다. 1974년 2월 20일 수요일 여성 카니발 전날밤 어느 도시에서 스물 일곱살의 젊은 여자가 저녁 8시 45분 경 댄스파티에 가기 위해 집을 나선다.
나흘 후인 일요일 비슷한 시간 (저녁 7시 4분 경)
그녀는 발터 뫼딩(경찰)의 집 초인종을 누른다.
12
뫼딩은 직무상 이유로 유로 아랍 족장처럼 차려 입고 있었다 그녀는 당황한 뫼딩에게 자신의 범죄사실을 진술한다. 정오 12시 15분경 자신이 베르너 퇴트레스 (기자)를 총으로 살해하였으며 아파트 문을 부수고 들어가면 시체를 확인할 수 있을 거라고 했다.
사건 직후부터 저녁 7시까지 후회의 감정을 느끼기 위해 이리저리 배회했지만 일말의 후회도 느끼지 못하였다고, 자신을 체포해달라고 했다. "사랑하는 루트비히"가 있는 곳에 자기도 기꺼이 있겠다고 했다.
뫼딩은 여러차례 이 여인을 심문해 보았기에 그녀와 구면이었고 그녀에 대해 어느정도 측은한 마음도 있었기에 특별히 의심을 하지 않았다.
그는 그녀를 경찰서로 데려갔다. 그리고 유치장에 수감시킨 뒤 수사과장 바이흐메네에게 보고하고 15분 뒤 그녀의 아파트 앞에서 바이츠메네를 만나 대원들과 함께 범죄현장을 확인했다.
여기서 혈흔에 대한 표현은 자제하고자 한다.
13
축제분위기(여성카니발)로 술렁이는 이 도시 서쪽 숲에서 재의 수요일에 역시 총에 맞은 아돌프 쇠너(사진기자)의 시신이 발견되었다 물론 그도 블룸에 의한 희생자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증거불충분.
'오랜만에 책 읽고 있습니다만...' 카테고리의 다른 글
Ethica - B. Spinoza (0) | 2023.03.01 |
---|---|
역사란 무엇인가 - 에드워드 H. 카(Edward Hallett Carr) 著. 주석&수정 (0) | 2023.02.26 |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0) | 2023.02.26 |
조선 왕 독살 사건 문종에서 소현세자 까지 이덕일 (0) | 2023.02.26 |
전환시대의 논리 리영희 (0) | 2023.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