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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생각26

유발하라리의 "사피엔스"를 읽고 사실, '만물의 영장'따위의 공허한 허풍을 떠들어대는 인류가 우리의 우스꽝스러운 자화상이긴 하지만, 처음부터 그따위 무모한 생각을 품었던 것은 아니다. 만물에 영혼이 깃들어 있다는 원시신앙 속에, 호랑이,곰,양,염소,개,원숭이,등이 우리와 하나도 다를 것 없는 유기적 존재라는 놀라운 과학적 논리를 품은 사상이 숨어있다. 물론 그런 때묻지 않은 사상이 사실로 증명되는 데에는 역사적으로 상당한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인간이 다른 동.식물보다 우월할 것이 없다는 과학적 깨달음은 결코 불편한 진실따위가 아니라는 것을, 태곳적부터 품어온 아주 아주 편하고도 자연스러운 생각이었음을 알아야 한다. 2017년 생각 2023. 2. 27.
전환 (미완성) 숨을 심장 가득 한껏 머금어보라... 삶을 만끽할 수 있겠지만, 동물의 폐에 최적화된 대기는 오로지 지구상에만 존재하는 물질이다. 즉 그 효용성을 가늠하는 기준은 우리의 몸이다. 신선한 물을 입안 가득, 머금어보라. 참으로, 생명은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우리의 몸에 최적화된 수분 역시 이 행성에서나 흔하게 만날 수 있는 물질이며 그 기준 역시 우리의 몸이다. 인류는 이런, 가치 충만한 물질이 존재하는 또, 다른 별들을 찾는 노력에 잉여로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지만, 쓸모없고도 부질없는 짓이라는 어리석은 예감일까 거꾸로, 우리가 지구에 적응한 생명체이고, 생존을 위해 지구에서 가장 흔한 물질을 몸의 일부로 빌려 쓴다고 생각해 본 적은 없는가? 0과 1로 삶(?)의 의미를 끊임없이 부여하는 디지탈라이즈된 소.. 2023. 2. 27.
멸망의 기술 2016. 5. 7. 멸망의 기술 인간의 능력이 개선되는 것은 궁극적으로 스스로의 존재가 특별한 의미를 가지지 못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함에 이르게 될 것이다. 모든 질병이 치유가능하고 장애는 극복할 수 있게 되며, 수명연장의 기술이 완벽에 가까워질 수록, 영원한 삶을 향유하는 것은 고통이 될 수도 있다. 특별한 것이 평범한 것이 되고, 평범한 것이 특별한 것이 될 것이다. 우리는 이미 상대적으로 짧은 프로그래밍 코드속에서 잠시나마 VR (Virtual Reality : 가상현실) 을 경험할 수 있는 과학기술을 얻었다. 코드는 날이 갈수록 장문(長文)이 되며 리얼리티는 더 자극적고 실감나게 개선될 것이고, 필경, 우리는 현실과 VR을 구분하게 될 수 없는 지경에 이를 것이다. 현실보다 더 현실적인 VR, .. 2023. 2. 26.
은근과 끈기 : 수치스러운 종특 2014년 작성 2018. 11. 2. 수정 삭제 고삐리 시절 공부를 게을리하던 한 학생의 귀에조차 들어온 얘기가 있었습니다. 당시의 교육부 권장 도서 라는 책에 따르자면 한민족이 은근과 끈기의 민족이라더군요. 그때는 좀 웃기다 하고 넘겨버렸는데. 곱씹어볼수록. 그 말은 우리를 디스한 것이었습니다. 뒤통수가 아련해집니다. 설치류가 세상을 호령하며 삥 뜯기고, 구라에 속고, 조류가 세상을 압도하며 또 삥 뜯기고, 찍소리도 못하고 기어다녔으면 지렁이라도 꿈틀할 지경인데 이놈의 민족은 잘도 참아 냅니다. 은근히... 끈기있게.... 너무나 잘 참아서 우리 아이들이 저 추운 바다에서 죽어갔어도 우리가 누굽니까. 은근과 끈기의 민족. 대단한 인내심입니다. 자부심인지 뭔지, 정체 모르는 그 인내심에 그만 소름이 돋.. 2023. 2. 26.
이데올로기의 단상 나누고자 했던 이들은 같이 망했고, 독차지하고자 했던 이들은 같이 흥했다. 이 무슨 가혹한 코메디란 말인가. 2018년 생각 2023. 2. 26.
이런 사람을 통틀어 빨갱이라고 불렀느니라. - 채만식 이런 사람을 통틀어 빨갱이라고 불렀느니라. 1940년대의 남부조선에서 볼셰비키, 멘셰비키는 물론, 아나키스트, 사회민주당, 자유주의자, 일부의 크리스천, 일부의 불교도, 일부의 공맹교인, 일부의 천도교인, 그리고 주장 중등학교 이상의 학생들로서 사회적 환경으로나 나이로나 아직 확고한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잡힌 것이 아니요, 단지 추잡한 것과 부정사악한 것과 불의한 것을 싫어하고, 아름다운 것과 바르고 참된 것과 정의를 동경 추구하는 청소년들, 그 밖에도 XXX과 XXXX당의 정치노선을 따르지 않는 모든 양심적이요 애국적인 사람들 (그리고 차경석의 보천교나 전해룡의 백백교도 혹은 거기에 편입이 될 가능성이 있다) 이런 사람을 통틀어 빨갱이라고 불렀느니라.” 채만식, '도야지', 창작과 비평 "문장" 27호,.. 2023. 2. 26.